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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총감독 “에든버러 같이”…파주서 ‘책과 공연의 융합축제’ 오는 9월6~8일 ‘파주페어 북앤컬처’
최고관리자 529 2024.05.2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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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6~8일 파주출판도시에서 개최되는 ‘파주페어 북앤컬쳐’ 총감독을 맡은 송승환씨가 21일 오후 서울 대학로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999년 ‘난타’ 공연으로 처음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찾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도시 곳곳에 있는 건물들이 축제 기간 동안 공연장으로 변신하는 모습이었어요. 체육관도, 교회도, 나이트클럽도 멋진 공연으로 사람들을 끄는 공연장이 되더군요. 출판도시 파주에서 몇년 사는 동안 그 생각이 났죠. 출판도시의 이 멋진 건물들이 일제히 공연장으로 바뀌는 축제가 열린다면 어떨까?”



 

‘책의 도시’에서 ‘문화예술 복합도시’로 거듭나려는 파주시에서 올가을 책과 공연이 어우러진 축제 한마당이 열린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 9월6~8일 3일 동안 파주출판도시에서 여는 ‘파주페어 북앤컬처’다.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 피엠시(PMC)프로덕션에서 축제의 총감독을 맡은 배우·기획자 송승환(67)을 만났다. ‘난타’ 제작자이자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을 연출했던 그의 존재감은 이 유례없는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애초 송 총감독이 시작한 거나 다름없었다. 2022년 4월 고영은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의 부탁으로 출판인들에게 파주가 책뿐 아니라 문화예술이 함께하는 도시로 태어나는 길에 대해 강연을 했는데, 말미에 “에든버러 페스티벌 같은 축제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한마디 던졌던 것. 파죽지세로 그해 8월 출판인들과 함께 에든버러에 다녀왔고, 직후 재단으로부터 ‘축제를 만들어달라’고 공식 의뢰를 받았다. 1년 넘게 기획에 몰두하면서 축제의 주된 목표를 두 가지로 정립했다 한다.




“책은 공연·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의 원천이잖아요. 책이 품은 테마·스토리 등이 책으로만 끝나지 않고 다른 문화 콘텐츠로 다양하게 뻗어나가게 해주는 장을 만들고자 했어요. 또 25년 전 ‘난타’가 에든버러 페스티벌 참여를 계기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데, 에든버러처럼 국내 예술가들이 국외 시장으로 나아갈 등용문이 되리라고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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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6~8일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파주페어 북앤컬처’ 누리집 갈무리. pajufair.com 



‘북스 얼라이브'(Books Alive)라는 슬로건처럼, 축제 기간 동안 뮤지컬 갈라쇼, 가족 뮤지컬 ‘정글북’, 뮤지컬 ‘겨울나그네’,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낭독 행사 등 책을 원작으로 한 공연들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배우 강부자·길해연·오만석·손준호·김소현 등의 연기와 낭독을 만나볼 수 있다. ‘등용문’을 만들고 싶은 송 총감독의 마음은 야외에서 열릴 8개의 ‘프린지 공연’에 듬뿍 실렸다. 공식 행사에 초청받지 못한 공연단체들이 행사장 언저리(fringe)에서 소규모 공연을 벌였던 것이 되레 더 유명해진,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도서 원작’과 ‘자유’로 부문을 나눠 연극·뮤지컬·무용·음악·비언어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참가 팀들을 공모하고 있는데, 최우수작 두 팀에 국외 진출을 위한 항공료뿐 아니라 홍보비까지 지원한다. 출판 편집자와 공연 제작자가 한데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이밖에도 출판도시 전역에서 작가와의 만남, 버스킹 공연 등이 펼쳐진다. 공연·영화·음악 등으로 책을 확장하고, 이른바 ‘케이 콘텐츠’를 원하는 국외 제작자들을 끌어들이는 ‘글로벌 마켓’을 조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국외 공연·영상 콘텐츠들을 보면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게 정말 많아요. 우리도 없진 않지만, 책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더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출판사 중심이던 파주 출판도시에는 이제 영화사 등 다양한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들어와 있으나, 그간 ‘책의 확장’은 말처럼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출판사 직원들이 출근하면 출판도시 전체가 고요해지는, ‘도시에 생기가 없다’는 우려도 컸다. 송 총감독은 이번 파주페어는 “하나의 파문을 일으키기 위해 돌을 던지는 것”으로, 조급하게 성과를 바라지 않고 최소 10년 동안 꾸준히 이어간다면 “책과 다양한 문화예술의 교류가 1년 내내 상설화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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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6~8일 파주출판도시에서 개최되는 ‘파주페어 북앤컬쳐’ 총감독을 맡은 송승환씨가 21일 오후 서울 대학로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송 총감독은 ‘책의 확장’을 몸소 경험한 산증인이기도 하다. 5년 전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은 그는 더 이상 종이책을 볼 수 없어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책을 읽고 연극 대본도 외운다. 처음에는 거북했으나 지금은 “훨씬 편하고 좋다”고 했다. “경험의 형태는 바뀌어도 그 알맹이는 전혀 바뀌지 않더군요. ‘출판 위기’란 말에는 종이책 중심의 사고가 반영된 듯해요. 다른 매체에서도 책의 존재감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바로 ‘책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 아니겠습니까.”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70년대 후반에는 박완서·이병주의 연재 소설을 읽기 위해 ‘문학사상’을 탐독했다는 그는 “요즘 우리 소설들은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문학적 깊이가 깊어지면서 대중성을 중시하는 연극·영화·드라마와의 연결고리가 되레 과거보다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웹툰·웹소설이 대신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라 짚었다.




송 총감독은 최근 연극 ‘웃음의 대학’으로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 7월에는 파리 올림픽 개·폐회식 해설차 파리에 다녀올 예정이다. 한 달에 한번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바빠 보이지만 “그저 주어진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하나씩 해나갈 뿐”이라고 했다. 파주페어로 난생 처음 페스티벌 기획을 맡았지만, “평창 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를 한번 치러보니 뭘 해도 그렇게 겁이 나진 않더”라고도 했다.

“축제의 본질은 일탈(일상탈출) 아니겠습니까. 파주페어는 무엇보다 그 본질에 충실하려 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책과 공연의 어우러짐 속에서 편안한 일탈의 기쁨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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